실패를 자산으로 바꾸는 작업실의 하루

스튜디오17 이미지

창작을 하다 보면, ‘잘 만든 것’보다 ‘잘 안 된 것’에서 더 많은 걸 배우게 된다. 스튜디오17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면 그걸 매번 실감한다. 오늘만 해도, 오전에 구상했던 구조물이 오후엔 형체를 잃었다.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소재의 특성을 발견했고, 이게 다음 프로젝트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.

나는 완성된 결과물보다 과정에 집착하는 편이다. 종종 “그 정도면 됐지”라는 말에 손을 놓기보다, 왜 그렇게 됐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. 그 집요함이 때로는 지치게 만들지만, 결국엔 나만의 해법을 만들어준다. 이런 태도는 단순히 작품이나 디자인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.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할 때도, 원인을 뜯어보고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진짜 답을 찾게 된다.

며칠 전, 한 후배가 작업실에 들렀다. 그 친구는 시제품이 계속 실패하자, “그냥 다른 걸 해볼까요?”라고 했다. 나는 고개를 저으며, “실패한 이유를 제대로 알면, 다음 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든다”고 말했다. 그러고는 우리가 겪은 사례를 들려줬다. 소재의 굴곡, 공정 중의 작은 온도 차, 도면에선 안 보이는 미세한 결합 문제까지. 이 모든 걸 이해해야만 다음 아이디어가 빛을 본다.

스튜디오17은 이런 실패와 실험을 기록하는 공간이다. 기록은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라, 다음 창작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. 나 스스로도 지난 노트를 뒤적이다가, 몇 년 전 포기했던 아이디어를 지금의 기술로 다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. 그렇게 부활한 아이디어 중 일부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핵심이 됐다.

누군가 내게 ‘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?’라고 묻는다면,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한다.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. 그리고 그 실패를 세밀하게 해부하는 것.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작은 깨달음이야말로, 다음 열일곱 번째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원천이니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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